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비트코인이 뭔가요? [자산과 시스템, 그리고 노동의 대가]

엄지왕 2025. 12. 1. 16:5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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비트코인은 흔히 ‘디지털 화폐’로 요약되지만, 이는 전체의 극히 일부분만을 비추는 표현에 불과합니다. 비트코인의 의미는 그것이 어떻게 태어나며(발행 메커니즘), 어떤 방식으로 유지·운영되는지(시스템)를 함께 보았을 때 비로소 드러납니다.

먼저,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비트코인의 정의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.

비트코인은 발행량이 약 2,100만 개로 제한되어 있고, 새 코인이 오직 작업증명(PoW)을 통과한 블록의 코인베이스 보조금(블록 보상 중 신규 발행분)으로만 발행되는 디지털 자산(BTC)이면서, 이 자산의 거래를 중앙 기구 없이 전 세계 노드의 공통 규칙과 합의에 따라 기록·검증하는 P2P 블록체인 기반 금융·원장 시스템(프로토콜) 전체를 가리키는 이름입니다.

 

아래에서는 이 정의를 구성하는 세 가지 축,

  1. 발행의 기원, 2) 자산의 성격, 3) 시스템의 구조를 차례대로 풀어 보겠습니다.

1. 자산의 기원: “노동 없이는 발행도 없다”

비트코인은 다른 디지털 데이터처럼 복사·붙여넣기로 늘어나지 않습니다.
새로운 비트코인이 세상에 등장하는 경로는 단 하나, 작업증명(Proof of Work, PoW) 을 통과한 블록의 코인베이스 보조금뿐입니다

1-1. 단순 반복의 노동, 그러나 엄격한 조건

채굴은 “어려운 수학 문제를 푸는 행위”로 종종 묘사되지만, 실제로는 다음 조건을 만족하는 해시값이 나올 때까지 동일한 연산을 반복하는 확률적 탐색 작업입니다.

$$
SHA256(SHA256(\text{Block Header})) < \text{Target}
$$

채굴자는 블록 헤더의 논스(Nonce), 타임스탬프 등 조정 가능한 값을 바꾸어 가며 위 조건이 만족될 때까지 같은 연산을 반복합니다.
이 과정은 고차원적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, 확률적으로 매우 낮은 경우의 수가 나올 때까지 전기를 태워가며 반복하는 작업에 가깝습니다.

이렇게 PoW 조건을 만족한 블록만이 네트워크에서 유효한 블록으로 인정됩니다.
그리고 그 블록의 첫 번째 거래인 코인베이스 거래 안에, 정해진 양의 보조금(Subsidy) 을 새로 만들어 넣을 수 있습니다.
이 보조금이 바로 신규 발행 비트코인이며, 다른 어떤 방식으로도 새로운 BTC는 생겨나지 않습니다.

비트코인의 “출생”은 중앙은행의 결정이 아니라,
유효한 블록을 만들어 네트워크를 지켜낸 노동에 대한 프로토콜 차원의 보상입니다.


2. 자산의 성격: “2,100만 개의 절대적 희소성”

이렇게 어렵게 발행되는 비트코인은, 발행량 자체도 프로토콜 수준에서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습니다.

  • 총 공급량 상한(Hard Cap)
    비트코인의 보조금 스케줄은 설계상 약 2,100만 BTC를 넘지 않도록 짜여 있습니다.
    이는 사람이나 제도의 의사로 바꿀 수 있는 정책이 아니라, 코드에 내장된 등비 감소 규칙의 결과입니다.
  • 반감기(Halving)
    21만 개의 블록(평균 약 4년)이 생성될 때마다,
    블록당 보조금은 절반으로 줄어들도록 되어 있습니다.
    50 → 25 → 12.5 → 6.25 → … 이런 식의 감소가 반복되면서,
    새 비트코인의 발행 속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급격히 느려지고, 총합은 2,100만 개에 수렴합니다.

현재 시점에서 “존재한다”고 말할 수 있는 비트코인은 모두

  1. 과거 어느 시점에 코인베이스 보조금으로 처음 생성되었고,
  2. 수많은 트랜잭션을 거쳐 사람들 지갑과 거래소 사이를 이동한 끝에,
  3. 아직 다른 거래의 입력으로 사용되지 않은 UTXO(Unspent Transaction Output) 의 형태로 남아 있습니다.

즉, 지갑에 보이는 1 BTC라는 숫자는

  • “여러 트랜잭션의 결과로 발생한 UTXO들 가운데,
    아직 한 번도 입력으로 사용되지 않고 남아 있는 값들의 합”입니다.

비트코인은 코인베이스 보조금으로 태어나,
2,100만 개 상한과 반감기의 틀 속에서
아직 소비되지 않은 UTXO 집합으로 남아 있는
절대적 희소성을 가진 디지털 자산입니다.


3. 시스템의 본질: “신뢰를 대체하는 증명”

비트코인은 자산(BTC)만이 아니라, 그 자산을 중앙의 허가 없이 안전하게 주고받을 수 있게 해 주는 시스템 전체를 함께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.
이 시스템은 세 가지 층으로 나누어 보면 이해가 더욱 분명해집니다.

3-1. P2P 네트워크와 블록체인, 그리고 분산 원장

  1. P2P 네트워크
   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중앙 서버 없이 노드와 노드가 직접 연결되는 구조입니다.
    각 노드는 트랜잭션과 블록을 전달받으면 스스로 유효성을 검증하고,
    규칙에 맞는 데이터만 이웃 노드에게 다시 전파합니다.
  2. 블록체인(원장을 표현하는 데이터 구조)
    유효한 트랜잭션들은 묶여서 하나의 블록을 이루고,
    각 블록은 이전 블록의 해시를 포함한 채 시간 순서대로 연결됩니다.
    이렇게 이어진 블록들의 연속이 바로 블록체인이며,
    이는 “언제 어떤 거래가 있었는가”를 표현하는 원장 구조입니다.
  3. 분산 원장(Distributed Ledger)
    비트코인에서는 이 블록체인의 전체 사본을 수많은 풀 노드가 각각 보관·검증합니다.
    여러 독립 노드가 같은 규칙을 적용해 동일한 블록체인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,
   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블록체인 구조를 이용해 구현된 분산 원장 시스템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.

정리하면, 비트코인은

블록체인이라는 원장 구조를 전 세계 노드에 분산시켜,
중앙 기관 없이도 하나의 공통 기록을 유지하는 P2P 시스템입니다.

3-2. “기록하는 자”와 “검증하는 자”의 분업

이 분산 원장은 두 종류의 참여자 사이의 역할 분담으로 유지됩니다.

주체역할 및 기능핵심 키워드
풀 노드 • 트랜잭션과 블록의 유효성(서명, 잔액, 형식 등) 검증
• 프로토콜 규칙에 어긋나는 데이터는 저장·전파하지 않음
검증과 전파
채굴 노드(마이너) • 풀 노드처럼 검증된 트랜잭션만 모아 블록 후보 생성
• PoW를 수행하여 유효한 블록을 찾으면 네트워크에 제안
제안과 경쟁
  • 채굴자는 전력을 사용하여 새로운 블록을 제안하는 역할을 맡습니다.
  • 그러나 그 블록을 받아들이거나 버리는 최종 판단은
    각 풀 노드가 수행하는 독립적인 검증에 달려 있습니다.
  • 규칙(예: 2,100만 개 상한, 유효한 서명·잔액)을 어긴 블록이 제안되면,
    노드들은 그 블록을 저장하지 않고 전파하지 않음으로써 조용히 거부합니다.

이때 합의는 회의나 표결의 결과가 아니라,

“가장 많은 PoW가 누적된 유효한 체인을 따른다”

는 동일한 규칙을 전 세계 노드가 스스로 적용한 결과,
모두가 자연스럽게 하나의 체인에 수렴하는 과정입니다.

이 구조 덕분에 비트코인은 특정 기관에 대한 신뢰 없이도,
검증 가능한 증명과 규칙만으로 유지되는 P2P 금융·원장 시스템
이 됩니다.


결론: 비트코인은 무엇인가?

이제 앞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다시 모을 수 있습니다.

비트코인은, 발행량이 약 2,100만 개로 제한되어 있고 새 코인이 오직 PoW를 통과한 블록의 코인베이스 보조금으로만 발행되는 희소한 디지털 자산(BTC)이자, 그 자산의 거래를 중앙 기구 없이 전 세계 노드의 공통 규칙과 작업증명 합의를 통해 기록·검증하는 P2P 블록체인·분산 원장 시스템 전체를 가리키는 이름입니다.

다르게 말하면, 비트코인은

  • 노동 없이는 새로 만들어질 수 없는 디지털 자산이고,
  • 그 자산을 누구의 허가도 없이, 누구의 장부에도 예속되지 않고
    주고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탈중앙 금융 인프라입니다.

이 두 측면,
즉 “노동으로부터만 태어나는 희소한 자산”과
“신뢰를 증명으로 대체하는 시스템”의 결합이
비트코인을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,
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화폐 시스템으로 논의하게 만드는 핵심입니다.

 

이를 사토시 나카모토는

Bitcoin: A Peer-to-Peer Electronic Cash System

비트코인: P2P(개인 대 개인) 전자화폐 시스템

이라고 우아하게 정의하였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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